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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대생의 피땀눈물, 애증의 졸업전시

미대생의 피땀눈물, 애증의 졸업전시



미술 대학이 있는 학교를 다니신다면 지나가다가 한 번쯤 졸업 전시 포스터를 보신 적 있으시죠? 따로 미대에 지인이 있지 않아서 무관심하게 스쳐 지나가진 않으셨나요? 미대생들이 졸업하기 위해 꼭 치뤄야 하는 조건이 바로 졸업 전시입니다. 단순히 졸업을 하기 위한 목적뿐만 아니라 4년간 배운 모든 것을 보여주는 자리이기에 그에 대한 압박감은 3학년 말부터 시작된다고 하는데요. 그들의 피, 땀, 눈물로 이루어진 애증의 졸업 전시의 세계가 궁금하지 않으신가요..? 그리고 졸업 전시를 방문할 때의 꿀팁도 함께 공개합니다! 


SK Careers Editor 김주현


실제로 졸업을 앞둔 각기 다른 전공의 미대생 3분을 모셔와 인터뷰를 하였습니다. 이들의 인터뷰를 통해서 졸업 전시에 대한 사랑과 증오를 살짝 엿보러 가볼까요?


A씨: 금속공예과 / B씨: 패션디자인과 / C씨: 시각디자인과 



A 씨 : 저에게 졸업 전시라고 하면 저학년 때부터 선배들을 도와드리러 가야하는 일종의 의무같은 경험이 많았어요. 저학년들이 단순 노동을 할 때, 선배들은 도대체 어디에 있는지 정말 의아해했죠. 졸업 전시를 경험하고 나서야 당시 선배들은 자신의 작업을 하고 있었다는 걸 알게 됐어요. 이런 관행은 16년도부터 점차 사라지고 있는데 이제 후배들이 선배들의 졸업 전시에 대한 부담을 경험하지 않게 되어서 정말 다행이라고 생각해요. 

 

B 씨 : 졸업작품 구상 중에 상수동에 숨어있는 카페를 우연히 발견했는데, 사람도 많이 없고 어둡고 음악도 너무 좋고 맥주와 칵테일까지 파는 최고의 장소였어요! 그래서 그날 이후로 거기를 아지트 삼았고 졸업 전시가 끝난 후에도 가끔 찾아갔어요. 이젠 가면 인사도 해주시고 서비스를 주시기도 하세요. 


C씨 :  너무 고생했던 영상 작업이 떠올라요. 저는 브랜딩 디자인 분야로 졸업작품을 준비했는데 대학교 4년동안 영상 수업을 들어본 적이 없는 제게 교수님께서 브랜드 홍보영상을 만들었으면 좋겠다는 말을 하시더라구요. ( 졸업 전시 과정에서 교수님의 말은 절대적이에요. )그 말 한마디에 바로 모델, 장소, 카메라 장비, 도와줄 후배를 구해서 어렵사리 영상을 촬영하고 편집해갔어요. 지금 생각해보면 엄청난 도전이었는데 바빠서 고민할 겨를도 없었어요. 또다시 하라고 한다면 그때와 같은 단순 무식한 정신이 발휘될 수 있을지 궁금하네요.






A 씨 : 가장 행복했던 순간은 관람객이 제 작품을 칭찬할 때였습니다. 지나가는 분이 "와 진심으로 멋있다!” 라고 조금 크게 말씀하셔서 전시장에서 다 들렸던 기억이 있습니다. 정말 행복했던 순간이었습니다. 반면, 슬펐던 기억은 없습니다.


B 씨 :  전시 작업을 하면서 내 작업들에 대한 친구들의 생생한 피드백을 받을 수 있어서 좋았어요. 졸업 전시가 끝난 순간은 어떤 것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최고로 행복한 순간이었어요. 슬펐던 기억은… 졸업 전시를 하는 내내 많은 고민을 했다는 거? ‘내가 왜 작가로서 혹은 디자이너로서 누군가에게 인정 받아야하지?’ 같은 비관적인 질문을 스스로에게 했어요. 그리고 졸전이 끝나고 모든 게 부질 없다는 것과… 제가 거지가 되었단 사실을 알게 되었죠. 


C씨 :  행복했던 기억은 참 좋은 사람들을 얻었다는 것, 그리고 곁에 이미 좋은 사람들이 많았다는 것이요. 이번에 졸업 전시를 함께하며 사이가 꽤 가까워진 친구들이 있어서 좋았어요. 또한 졸업작품을 진행하면서 많은 사람들의 도움을 받았는데 혼자였다면 힘들었을 일들을 흔쾌히 도와준 이들이 있어 저는 참 복 받은 사람이라고 생각했어요. 다만 남자친구와의 2주년 기념일을 챙기지 못한 것은 속상했어요.. 졸업 전시를 3일 남겨두고 기념일이었는데… 평소 기념일을 챙기는 편은 아니지만 곧 남자친구가 외국에 1년정도 갈 예정이라 이번 기념일은 특별히 같이 보내고 싶었는데 아쉬웠어요.


 

 



A 씨 :  제 졸업 작품은 커피테이블과 벤치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보통 커피 테이블은 일반적인 테이블보다 높이가 낮아 커피나 잡지를 올릴 때 몸을 숙여야 하는 특성이 있잖아요. 그리고 커피 테이블 앞에서는 많은 대화가 이루어지는데 사람들은 대화하면서 자신의 옷 매무새와 얼굴 등을 확인하려 합니다. 이러한 점에서 착안해 반사가 되어 자신의 모습을 확인할 수 있는 커피 테이블을 제작했어요. 벤치 또한 주변의 맥락을 공유하고 반사함으로써 독특한 공간을 만들어줍니다. 

 



B 씨 :  저희 학과는 졸업하려면 총 3가지의 졸업 작품을 심사 받아야 했는데 타피스트리(직물 예술), 졸업 패션쇼에 제출할 2-3벌의 의상, 섬유조형작품을 제출해야 해요. 제 작품의 전체를 관통하는 주제는 ‘죽음’이에요. 너무나도 잔인하고 평등하며 절망적이고 순간적인 죽음의 순간. 그 순간의 감정을 표현하려 했습니다. 그런 순간의 감정들을 재현하여 관객들이 현재 가지고 있는 삶에 대한 소중함을 느끼길 바랬어요. 의사, 간호사, 장의사들의 의상을 제 방식으로 해석하여 의상 작품을 제작했고 섬유조형작품은 병원에서 모티브를 따왔습니다. 


 


C씨 :  저는 시니어세대를 위한 식품 브랜드를 만들었어요. 저는 평소 음식에 관심이 많았기 때문에 노인들의 신체 능력과 영양성분에 따른 도시락을 생각해봤어요. 노인 질병을 예방할 수 있는 영양소, 그에 따른 메뉴개발, 신체 능력에 맞는 체계적인 단계, 노인들이 쉽게 구별할 수 있는 패키지 등 리서치가 상세히 한 것이 강점입니다! 


 


A 씨 : 대기업 대외 활동과 교환학생 등을 꼭 경험해보고 영어 공부 열심히 해라! (에디터의 p.s : 정말 현실적인 조언이네요. )


B 씨 :  ‘네가 없으면 네 작품도 없었을 거야, 그러니 네 자신을 더 사랑하는 법을 하루 빨리 배우도록 해.’ 라고 말해주고 싶습니다.


C씨 : 미리미리 진로 고민을 하라고 말하고 싶어요. 1학년때의 제 가장 큰 장점이자 단점은 지나치게 긍정적이었다는 것… 친구들이 디자인전공을 하며 많이 방황하고 고민할 때 저는 “이 정도면 재미있어! “하고 그저 그 순간을 즐기기 바빴습니다. 그래서 그때 안한 생각들을 이제서야 하려니 머리가 터질 것 같더라구요. 일찌감치 더 많이 고민해보고 경험했다면 좋았을 것 같아요. 


 

A 씨 :  저한테 졸업 전시는 학교 생활의 마무리라는 의미를 가지고 있어요. 사회에 나가서 내 실력을 맘껏 보여주겠다는 자신이 있으면 좋겠지만 졸업 전시를 준비하는 시기가 나에 대한 확신이 가장 줄어드는 때였죠. 이제 학교 바깥에서 수많은 사람들과 경쟁하고 비교되어 부딪쳐야 한다는 게 피부로 느껴지더라고요. 졸업 전시는 앞서 말한 그런 경쟁을 위한 예방주사가 아니었나 싶습니다. 


B 씨 :  저의 트라우마를 주제로 다루면서 마지막이란 생각으로 작업했기에 더 애착이 가요. 졸업  전시란 학생 신분으로 실력발휘를 할 수 있는 마지막 기회라고 생각해요. 앞으로 어떤 일을 할지 어떤 작품을 만들지는 모르지만 그 때 마인드로 모든 작업을 할 수 있을 것이란 자신감이 생겼어요. 당시 심적으로 육체적으로 힘들었지만 앞으로 더 큰 일을 해낼 수 있다고 깨닫는 계기가 되어서 항상 처음이자 마지막 작품인 것처럼 작업 활동을 할 수 있게 되었어요. 


C씨 : 내 자신에 대한 증명과 동시에 기대에 대한 보답이라고 생각했어요. 제가 대학교 4년동안 어떤걸 배웠는지, 무엇에 관심이 있고 무엇을 잘할 수 있는지를 전시를 보러 온 제가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또 저를 믿어주는 사람들에게 멋지게 보여주고 싶었습니다. 그 부담감이 아이러니하게도 매일 저를 이끌어준 원동력이 되었고 덕분에 스스로에 대해 좀더 알게 됐어요. 



 


졸업 전시를 준비한다고 연락할 때마다 바쁘다던 친구(혹은 지인)이 드디어 졸업 전시를 하게 됐다고 보러 오래요. 졸업 전시 방문할 때를 위한 팁을 알려주세요! 



졸업 전시 당일과 마지막 날은 설치와 철거때문에 혼잡한 경우가 많으니 피해주세요. 많은 사람들이 방문하기 때문에 미리 방문하기 전 지인에게 연락을 해서 어떤 시간대에 관람 가면 좋을지 물어보셔야 해요. 그리고 대부분의 전시기획부가 페이스북 페이지를 따로 만들어 운영하고 있으니 전시컨셉이나 졸업 작품 설명을 미리 알고 싶으시다면 페이스북 페이지 검색을 통해 찾아보고 알아가면 더 좋겠죠! 


 

  

졸업 전시장에 가니 꽃다발이나 과자같은 게 놓여있던데…  졸업 전시를 방문한 친구들이 전시 부스에 수고했다는 의미로 꽃이나 과자, 작은 쪽지를 두고 가는 경우가 많습니다. 하지만 꼭 필수는 아니고 어디까지나 축하와 격려의 의미에요! 전시장의 경우에 따라 조명이 강할 수 있으니 상할 수 있는 케이크나 마카롱 같은 과자류는 전시 부스에 두는 것보다 직접 전해주는게 좋아요. 큰 선물이나 꽃다발이 전시부스 바로 옆이나 앞에 있을 경우 작품 해석에 오해의 여지가 있을 수 있으니 전시장 앞에 있는 전시 지킴이에게 맡겨주세요.  



주로 많이 사오는 선물은 꽃다발, 과자류인데요. 주변 미대생들에게 물어본 결과 정말 케이스 바이 케이스 인 것 같아요. 먹을 것을 정말 좋아하는 친구는 ‘먹는 것’만 가져올 것을 강조했고 실용적인 것을 원하는 친구는 ‘즉석 식품’을 원했다고 하네요. 개인적으로 인상 깊었던 선물은 이제 여태 밀린 잠을 자라는 의미의 수면 바지와 수면양말 세트였습니다. 누군가는 졸업 전시를 준비하느라 쑤셨던 허리와 목 어깨 등에 붙일 수 있었던 핫팩, 파스 선물이 좋았다고 하니 은근슬쩍 물어보시기를 추천드립니다.


지금까지 미술대학에 입학한 이상 피해갈 수 없는 졸업 전시에 대해 알아보았습니다. 그들에게 졸업 전시는 단순히 졸업 만을 위한 작품이 아닌 그 이상의 뜻을 가지고 있었죠. 앞으로 지인, 친구들이 졸업 전시를 한다거나 학교 내에서 졸업전시회가 열리면 관람해보는 것 어떠신가요? 미대생들의 피와 땀과 눈물이 서린 애증의 졸업 전시, 내년에 한 번쯤 꼭 보러 가기로 약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