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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에서 즐기는 여름 휴가] '책읽쥬~' 1평의 공간만 있다면 가능한 세계일주

‘책읽쥬~’

1평의 공간만 있다면 가능한 세계일주 

마음 놓고 여행을 떠날 수 없는 취업 준비생에게 책으로 떠나는 여행을 권한다. 이 여행의 장점은 언제 어느 때고 마음만 동하면 떠날 수 있다는 것. 에디터의 취향대로 골라본 떠나고 싶은 날 읽고 싶은 책이다. 깜박하고 말하지 않은 단점이 있는데, 정말로 떠나고 싶은 마음으로 가득 차버릴 지도 모른다는 것.

SK Careers Editor
참고_ 교보문고, yes24 홈페이지
 

‘美味일주’는 유럽에서 아메리카 대륙으로 이동했지만 이번 책 여행은 가장 가까운 곳에서 먼 곳으로 떠나보도록 한다. 아시아에서 남미까지, 다리 뻗을 한 평의 공간만 있으면 충분하다!


∑아시아
대한민국 자전거여행
저자_김훈_출판사_문학동네_2002

『자전거여행』은 김훈이 <시사저널> 편집국장으로 있었던 1999년 가을부터 2000년 여름까지 자전거를 타고 여행한 산문집이다. 오래도록 기자 생활을 해 온 그는 의견이나 감정을 드러내는 대신 객관적이고 정확한 표현으로 사실을 전달하기 위해 힘써왔다. 작가가 자전거를 타고 지나온 길과 풍경을 말할 때면 그 풍경 속 내 자신이 떠오른다. 마치 내가 시장 이모에게 오징어를 고르는 방법을 묻고 있다거나 염전에 소금 한 알 집어 먹으며 ‘아~ 짜다’라고 말한 것만 같은 기분이다. 소설을 읽듯 상상하며 책을 읽을 수 있는 건 저자가 직접 사람들과 얼굴을 맞대고 나누었던 추억들을 객관적인 언어로 재편성했기 때문이다.
여수 돌산도의 향일암, 남해안 경작지, 여수의 무덤, 양양 선림원지 등 해안가를 따라 나 있는 길들을 따라가다 지금 현재 내가 지나치고 있는 것에 대한 안타까움과 쓸쓸함이 밀려들 때면 작가는 “갈 때의 오르막이 올 때는 내리막이다. 모든 오르막과 모든 내리막은 땅 위의 길에서 정확하게 비긴다. 오르막과 내리막이 비기면서, 다 가고 나서 돌아보면 길은 결국 평탄하다.” 라며 나를 위로한다. 좋은 책은 읽을 때마다 다른 가르침을 준다는 것처럼 10년 넘게 『자전거여행』이 베스트 셀러로 자리잡을 수 있었던 것도 같은 이유에서가 아닐까 싶다.


동남아시아 열대식당_먹고 마시고 여행할 너를 위해

저자_박정석_출판사_시공사_2012
음식에는 정신과 마음이 깃든다고들 한다. 사랑을 담아 조리한 요리를 먹게 되면 몸에 좋은 작용을 한다는 믿음이 그러하다. 한 숟가락 가득 푼 음식을 입에 넣고 나면 기억과 추억이 문을 열고 ‘나 불렀소~’하고 밀려와 당황스러울 때, 음식의 맛은 기억나지 않아도 함께 먹었던 사람의 얼굴이나 나누었던 이야기들은 생생하게 떠오를 때, 누구나 있지 않은가. 저자는 밥 한 그릇의 온기, 소박하고 조촐한 식당이 주는 푸근함 등 동남아시아 음식에서 느낀 따듯한 기억에 바다를 건너갔고, 『열대식당』이라는 책을 썼다. 길모퉁이에 좌판을 깔아놓은 노점에서 아침식사를 하는 풍경이라던가 단출해서 더 맛있는 달걀덮밥이나 프랑스의 바게트 빵보다 내 입맛에 맞는 500원짜리 베트남 식 바게트 샌드위치 등 현지인들의 메뉴를 통해 그들의 삶에 더욱 가까이 다가가게 된다. 동남아를 더욱 사랑하게 될 쿡북이다.


인도 인도방랑
저자_후지와라 신야_출판사_작가정신_2009

우리나라 사람들에게 처음으로 인도 여행의 꿈을 심어준 것이 류시화의 『하늘 호수로 떠난 여행』이었다면 일본에는 후지와라 신야의 『인도 방랑』이 있다. 1969년부터 1972년까지 3년간의 인도 여행 기록을 담은 이 책은 여행의 낭만보다 인도의 실체를 보여준다. 갠지스 강가에 앉아 장례를 치르는 사람과 물에 떠내려가는 사람을 보며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에 대해 생각하게 되었고 종국에는 ‘버리는 일’에 몰두하게 된다. 마지막으로 그에게 남은 게 ‘칫솔’ 한 자루뿐이었다는 일화는 고민의 깊이를 가늠할 수 없게 한다. 삶의 진정성을 찾기 위해 떠난 이방인은 거지와 창녀, 노인과 어린아이, 사기꾼과 히피가 공존하는 길에 서서 셔터를 누르는 일에 몰두하게 된 그는 책의 서문에 “여행은 무언은 바이블이었다. 자연은 도덕이었다. 침묵은 나를 사로잡았다. 그리고 침묵에서 나온 말이 나를 사로잡았다. 좋게도 나쁘게도, 모든 것은 좋았다. 나는 모든 것을 관찰했다. 그리고 내 몸에 그것을 옮겨 적어보았다.”라 적는다. 경험했던 것이 그대로 체득되어 삶을 변화시키는 모습은 지금 고통과 괴로움에 젖은 청춘들에게 치료제처럼 작용할 것이다.


∑유럽
영국 런던 프로젝트


저자_박세라_출판사_미디어2.0_2009
온전히 마음을 뺏기는 대상이 있다는 건 즐거운 일이다. 마치 사랑에 빠질 때처럼 여행도 마찬가지다. 그런 측면에서 볼 때 런던은 짝사랑이라는 말이 잘 어울리는 도시다. 가볍게 보기에도 무겁게 읽기에도 언제나 매력적인 도시에다가 눈으로만 봐도 아름다워 계속 머물고 싶으니까. 런던 프로젝트는 잡지 <보그걸>, <페이퍼>의 기자 출신인 박세라가 런던에 머물며 쓴 일종의 에세이 형 가이드 북이다. 기자 출신답게 꼼꼼하게 보았던 것, 구매한 것, 느낀 것들을 목록화하여 읽기 좋게 정리하였다. 우여곡절 끝에 집을 구하고, 만남을 가장해 아티스트들과 인터뷰를 하는 가 하면 런던 마켓에서 자신이 만든 물건을 파는 등 일상을 여행처럼 즐기는 이야기들이 가슴을 설레게 하며, 감각적인 영국의 모습들이 방랑욕에 불을 지필지도 모른다.


 

 이탈리아 피렌체 테이블_그곳에서 한 달, 둘만의 작은 식탁을 차리다
 저자_김은아, 심승규_출판사_예담_2014
 영화 〈냉정과 열정 사이〉의 두 남녀 주인공이 만나기로 한 장소, 두오모 성당이 있는 피렌체는  르네상스가 발현한 곳으로 도시 자체가 문화∙예술의 보고라 평가 받는다. 하지만 우리는 알고 있지 않은가. 금강산도 식후경, 눈물도 배가 불러야 난다는 사실을. 『피렌체 테이블』은 이 공식에 흐트러짐 없이 딱 맞는 여행서다. 푸드스타일리스트 아내와 브랜딩 컨설팅을 하는 남편은 작정한 듯 피렌체 중앙시장 3분 거리인 곳에 방을 구해 매일 식재료를 구입해 함께 식탁을 차리고, 이태리 가정요리 클래스를 들으며 한 달을 보낸다. 30일간 써 내려간 하루의 일정과 하루의 레시피, 그리고 각자가 느낀 하루의 피렌체까지 한 달 간의 특별했던 먹방 이야기다.



∑아프리카
모로코 페스의 집

저자_수잔나 클라크_옮김_서동춘_출판사_북노마드 _2009
입술을 달싹이지 않아도 한번에 말할 수 있는 곳. 아프리카 북서단에 있는 입헌군주국으로 정확한 명칭은 모로코왕국(Kingdom of Moroco)이다. 호주의 저널리스트로 살아가는 부부는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이자 모로코의 심장으로도 불리는 중세의 도시 ‘페스’에 반해 집을 짓고 제 2의 인생을 꿈꾸게 된다. 당나귀가 걸어 다니는 길에 위치한 붕괴 직전의 낡은 집을 구입해서 모로코의 장인들과 함께 집을 전통 방식으로 복원해 나가며, 복원을 하는 동안 모로코의 역사와 종교, 관습을 느끼고 경험하게 된다. 모로코는 현대와 전통이 잘 어우러진 곳으로 휴대전화 선전 광고판 아래로 농부들이 당나귀를 끌고 가는가 하면, 신발가게에는 러닝슈즈와 뾰족한 모로코의 전통신발 바브슈가 나란히 진열되어 있기도 하고, 옛 길 안에 있는 프랑스 풍 카페에서 커피 한 잔을 즐길 수도 있기도 하다. 모로코가 지켜내고 있는 문화를 통해 서구 편향적인 시선으로만 세상을 바라보았던 자신을 잠시나마 되돌아보게 된다.



∑아메리카
캐나다 허영만과 떠나는 오토 캠핑_캐나다 로키 트레킹

저자_허영만, 이남기_출판사_가디언_2013
‘파랗다 못해 까만 하늘, 셀 수 없을 만큼 하늘을 뒤덮은 별, 그 옆에 뾰족한 산 봉우리, 귓전에는 물 흘러가는 소리만 가득.’ 캐나다 어느 시골 캠핑장에 누웠을 때 이런 장면을 꿈꿨었지만 현실은 곰이 올까 무서워 나무 위에 꽁꽁 음식물 쓰레기를 올려두었던 일이나 옆 텐트 아저씨가 시끄럽다며 혼냈던 기억, 호숫가에서 오리 가족들과 함께 수영했던 일들만 있었다. 그걸로도 물론 재밌었지만 화영만 화백은 내가 꿈꿨던 일들을 해냈다. 『허영만과 떠나는 오토 캠핑』은 허영만 화백과 그와 연관을 맺은 20~60대 남녀 7명이 밴쿠버에서 로키산맥을 돌아 다시 밴쿠버로 오는 오토 캠핑 여정을 담은 책이다. 이들은 각자의 장점을 살려 사진, 요리, 섭외, 통역, 운전, 의료, 장비점검 등을 맡아 각자의 역할을 충실히 수행함으로써 21일간의 장기여행을 슬기롭게 해낸다. 그들은 목적지를 향하다가도 근사한 풍경 앞에서 텐트를 펼치고, 별 백만 개짜리 황홀한 자연호텔에서 잠을 청하는 가 하면 머리 위로 함박눈이 쏟아지는 노천온천에서 하루의 피로를 풀기도 한다. 허영만은 말한다. ‘시간은 당신의 선택을 기다린다고’, ‘뒷동산에 텐트를 치는 데도 돈이 드냐고.’


 

남미 1만 시간 동안의 남미
저자_박민우_출판사_플럼북스_2007
이 책은 한 마디로 성장기다. 여정은 어떤 방식으로든 사람에게 흔적을 남긴다. 그것이 좋은 쪽이든 나쁜 쪽이든. 내 자신을 들여다보게 하고, 가끔은 내가 마주하기 싫은 부분까지 대면해야 할 때가 온다. 저자는 그런 자신의 모든 생각을 솔직하게 털어 놓는다. 짠돌이에다가 뻔뻔스러움을 장착한 장기 여행자의 면모는 웃기다가도 가끔은 마음을 짠하게 만든다. 막무가내로 떠나고 부딪히고 그러면서도 자신의 그런 용기와 무모함을 그대로 드러내며 ‘난 나야’라고 말하는 모습이 사랑스럽기까지 하다. 청춘이라서 해도 되는 일들을, 해도 되는 생각들을 청춘이라 자연스럽게 실천하는 이야기다.

 

 


∑오세아니아

호주 빌 브라이슨의 대단한 호주 여행기
저자_빌 브라이슨_옮김_이미숙_출판사_알에이치코리아_2012
이제 빌 브라이슨이라 하면 여행기의 황제라 불려도 무방할 듯 하다. 미국, 영국, 유럽, 아프리카 등 내는 책들마다 베스트셀러가 된 것은 물론이고, 저자의 퉁명스럽고 비판적인 시각마저도 독특하고 섹시하다고 인정받는 추세니까 말이다. 헌데 그가 이토록 애정해마지 않는 나라가 있다는 사실은 놀랍기까지 한다. 호주를 향한 그의 찬양은 책을 덮을 때까지 끝나지 않는다. 항상 그러하지만 호주 또한 사진이나 관광정보는 없다. 대신 여행기 자체가 호주 여행의 가이드 북이 되어 준다. 자신이 직접 밟은 땅과 공간 등에 호주의 역사나 자연에 대한 자연에 대한 설명을 정치∙사회적으로 풀어내 이야기를 풍성하게 하는 것은 물론 72시간의 긴 기차 여행 끝에 맛본 뜨겁고 황량한 사막인 엘리스 스프링스를 돌아다니며 이토록 완벽한 나라는 없다고 말하는 걸 읽으면 절로 호주로 떠나고 싶어 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