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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식주의, 어디까지 알고있니?

채식주의, 어디까지 알고 있니?


영화 옥자부터 책 채식주의자까지, 채식을 다루는 콘텐츠가 나날이 다양해지고 있습니다. 이에 발맞춰 대학가에도 채식의 바람이 조금씩 불어오고 있다는데요. 그럼에도 아직은 채식이 낯설고 어려운 사람들을 위해, 채식주의의 개념과 범위를 알아본 후 이를 실천하고 있는 대학생과 이야기를 나누어 보았습니다.


SK Careers Editor 김나혜


시작하기 전, 채식주의에 대한 간단한 O/X퀴즈를 풀어볼까요?


 

정답: X 


다 맞추셨나요? 맞추지 못한 문항이 있다면 왜 맞추지 못했는지 천천히 알아가 봅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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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준국어대사전에 따르면 채식주의(Veganism)는 ‘고기류를 피하고 주로 채소, 과일, 해초 따위의 식물성 음식만을 먹는 식생활이 좋다고 생각하는 태도’를 뜻합니다. 그러나 채식주의에도 그 종류가 다양하다는 것을 아는 사람들은 많지 않습니다. 그러나 채식주의자들도 각자 다른 생활상을 살고 있으므로, 어찌보면 다양한 채식주의자가 존재한다는 것은 당연한 일입니다. 


우선 비건부터 플렉시테리언까지, 그림으로 채식주의자들의 다양한 식생활 형태를 살펴보겠습니다.

 


위 그림을 통해 채식주의자들이 채소만 먹는 것은 아님을 알 수 있습니다. 물론, 비건은 동물성 식품 대신 식물성 식품만 먹는 엄격한 채식주의를 지향합니다. 그러나 락토 베지터리언은 식물성 식품 및 우유나 유제품을 먹으며, 오보 베지터리언은 식물성 식품 및 계란같이 가금류의 알까지 먹는 채식주의자입니다. 


한편, 락토 오보 베지터리언은 우유, 유제품 및 알을 모두 먹으며, 페스코 베지터리언은 생선 및 해산물까지 먹을 수 있습니다. 폴로 베지터리언은 앞서 언급된 것들과 닭고기와 같은 가금류 고기는 먹을 수 있지만 붉은 살코기를 먹지 않는 채식주의자입니다. 마지막으로, 플렉시터리언은 대부분 상황에서 채식을 하지만 여건에 따라 육식을 허용하는 채식주의자를 의미합니다.


이외에도 과일과 견과류만 먹는 프루테리안이 있으며, 종교적인 이유로 채식을 하는 사람들은 언급된 것과 다른 형태의 채식을 하기도 합니다. 즉, 스스로의 의지나 상황에 따라 채식주의는 얼마든지 다양하게 실천할 수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국내에서 새롭게 부상한 채식주의 갈래에는 ‘비덩주의’도 있는데요. 이는 덩어리 고기는 먹지 않지만 생선이나 고기를 우려낸 육수는 먹는 것을 의미합니다. 국내 식당들 대부분이 요리에 생선 혹은 고기 육수를 사용한다는 점이나 단체 회식 자리 등 개인이 메뉴 선택을 하기 어려운 상황을 고려한다면, 한국에 적절히 지역화된 채식주의라고 볼 수 있겠습니다. 즉, 덩어리 고기를 제외하고 마라탕을 요리한다면 비덩주의식 채식이 가능한 것입니다. 물론 육수를 채수로 바꾸는 선택지도 존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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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국어사전의 정의와는 조금 다르지만, 채식주의의 범위는 음식 외에도 패션, 화장품 등으로 더 넓게 확장될 수 있습니다. 근본적으로 동물 착취를 반대하는 움직임이라면, 어디서든 채식주의 혹은 비거니즘(Veganism)이라는 이름이 붙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비건 패션 역시 이름에서 짐작할 수 있듯, 동물의 털이나 가죽으로 된 옷을 생산하지 않음으로써 동물에 대한 착취와 폭력을 근절하려는 운동의 한 갈래로 볼 수 있습니다. 명품 브랜드 ‘조르지오 아르마니’나 ‘구찌’가 동물성 소재를 ‘페이크 퍼(Fake Fur)’ 소재로 대체함으로써 이 움직임에 동참하고 있기도 합니다. 국내 비건 패션 브랜드의 선두주자인 ‘비건타이거' 역시 오리털이나 거위털뿐만 아니라 실크 등 생명을 착취하여 만드는 소재들을 사용하지 않는다고 합니다.


한편, 비건 코스메틱스 산업도 눈여겨 볼만합니다. ‘화장품에 웬 채식주의?’라고 생각할 수 있으나 마스카라, 스킨케어 제품들, 비누 등을 포함한 화장품 산업은 제품을 피부에 직접 사용한다는 특성상 동물실험으로 안전성을 보장해온 영역이었습니다. 그러나 윤리적 소비에 대한 움직임이 일어나고 채식주의에 관심을 보이는 수요가 증가함에 따라 국내외 유수의 화장품 기업들이 동물실험을 하지 않되 동물소재를 활용하지 않은 크루얼티 프리(Cruelty Free) 제품 생산에 박차를 가하고 있습니다. 대학생들에게 입욕제나 비누로 친근한 ‘러쉬(Lush)' 역시 동물 실험을 하지 않는 브랜드로 유명한데요. 한발짝 더 나아가 동물 실험 근절 및 대체 실험 활성화를 위해 노력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기도 합니다.


이렇게, 채식주의는 식습관을 넘어선 하나의 생활 방식으로 자리잡고 있습니다. 5월에 서울혁신파크에서 개최된 비건페스티벌 2019 역시 모두에게 쉽게 다가갈 수 있는 채식 라이프스타일을 위해 ‘Vegan for Anyone’을 슬로건으로 표방하고 있었습니다.


현장에서는 채식주의자들을 위한 쿠키, 샌드위치 등 음식 종류부터 칫솔, 지갑, 가방 등 다양한 생활 제품들을 판매하고 있었습니다. 또한, 비건페스티벌 측은 일회용품 쓰레기를 줄이기 위해 설거지 구역을 만들고 비건 비누 및 수세미를 준비하여 페스티벌 참가자들이 직접 가져온 개인 식기를 씻을 수 있도록 유도하였습니다. 음식 외에도 다양한 영역에서 채식주의가 실천될 수 있음을 다시한번 배워갈 수 있는 자리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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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식주의 라이프스타일에 관심이 있지만 주변에 채식을 하는 사람이 없어서 시작이 막막하다면? 이런 분들을 위해 채식주의를 실천하고 있는 대학생의 이야기도 직접 들어보았습니다.

 


안녕하세요! 저는 MJ라고 합니다. 서울에서 공부중인 흔한 공대생이고 채식을 시작한지는 약 반 년 정도 되었어요.

 


저는 비건지향 플렉시테리언입니다. 플렉시테리언은 기본적으로 채식을 기본으로 하되 나름의 기준에 맞추어 육식을 허용하는 유형의 채식인을 말해요. 예를 들어, 저는 집에서는 대부분의 경우 비건식(동물 착취가 전혀 없는 식사)을 하지만, 외식할 때 메뉴가 여의치 않을 경우 페스코식(육류와 가금류를 제외하고 허용)을 하기도 해요. 그리고 드물지만 회식처럼 저에게 메뉴 선택의 여지가 없는 상황에서는 육류를 먹기도 합니다. 그럼에도 앞에 ‘비건지향’을 붙여 소개하는 것은 채식주의를 기본적인 생활양식으로 삼고자 하는 나름의 다짐입니다.


 

지난 여름에 채식주의자인 친구와 함께 해외여행을 다녀왔는데요. 제 예상과는 다르게 친구와 함께 먹을 수 있는 메뉴가 상당히 제한적이라는 사실을 깨달았어요. 의지와는 관계없이 선택의 폭이 줄어든 느낌에 불편함을 느꼈습니다. 여행은 즐겁게 마무리되었지만 저는 한동안 그 이상했던 시간들을 떠올렸어요. 왜 우리는 이렇게 육식 위주의 소비를 하고 있는 거지? 어디까지 자연의 섭리고 어디부터가 자본주의의 산물일까? 왜 우리는 고양이를 사랑하지만 돼지를 잡아먹을까? 끝나지 않던 위화감은 친구에게 책을 추천받아 읽으며 하나씩 답을 찾고 나서야 사라졌고, 비윤리적 가축 도살의 실태를 알게 된 저는 더 이상 이전처럼 고기를 소비하는 것이 즐겁지 않게 되었습니다. 그때부터 채식을 시작했어요.

 


외식을 할 때 편하게 먹을 수 있는 메뉴가 사실 거의 없어요. 저는 학식을 자주 먹는 편인데 비건이 아닌 페스코로 먹으려 하더라도 먹을 수 있는 게 샐러드나 야채김밥뿐일 때가 많아요. 학교 밖으로 나가도 몇 없는 메뉴로 매일 식사를 돌려막아야 하고요. 집에서는 종종 비건 식재료로 요리를 하는데, 마트나 편의점에서는 식물성단백질을 이용한 대체 식자재를 잘 팔지 않아서 인터넷으로 주문을 해야 하니 접근성이 많이 떨어진다고 느껴요. 외국에서는 식당에서도 베지테리언 메뉴를 한 가지 정도는 갖추고 있는 경우가 많고, 대형마트에도 비건 식재료가 많은 것 같던데 우리나라도 얼른 바뀌었으면 좋겠네요.


옷이나 가방, 신발에도 동물 가죽이나 털을 이용하는 경우가 많아서 소비를 줄이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화장품의 경우에도 동물 실험을 하지 않는 브랜드를 소비하려고 하고 있고요. 이 부분은 저도 아직까지 잘 실천을 못할 때가 많아서 매번 양심의 가책을 많이 느끼고 있습니다.

 


‘우리는 왜 개는 사랑하고 돼지는 먹고 소는 신을까(멜라니 조이 지음)’라는 책을 추천해요. 제가 채식을 시작하기 전에 읽은 그 책입니다. 사람들이 개, 고양이 등 반려동물의 고통에는 공감하고 분노하는 반면 돼지, 소, 양과 같은 가축이 착취당하는 현실에는 둔감하게 반응하는 이유를 잘 설명해주고 있어요. 고기는 ‘고기’가 되기 이전에 한 동물을 구성하고 있던 부분이었습니다. 그렇지만 우리는 고기를 보면서 음식을 떠올리지, 동물을 떠올리지 않아요. 고기와 동물 사이의 사라진 연결고리는 어디로 갔을까요? 이 책을 읽어보시며 답을 찾아보시기를 바래요. 아, 그리고 봉준호 감독의 ‘옥자’ 라는 영화를 추천합니다. 얼마 전에 다시 봤는데, 채식주의자가 되기 이전과는 또 느낌이 다르더라구요.


 

성차별, 인종차별, 성소수자 혐오 등 많은 차별과 싸우며 권리에 대한 감수성을 잘 갖추었다고 생각해왔는데 채식주의를 공부하면서 제가 많은 비인간동물을 차별하고 그들의 권리를 착취하고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어요. 어쩌면 제가 인간 약자의 입장에 있는 권리 담론에 대해서만 민감하게 반응했던 게 아닌가 하는 반성도 하게 되었습니다. 저는 절대로 소나 돼지나 물고기가 될 수 없으니까요. 그리고 그들은 인간에게 자신들의 권리를 소리내어 주장할 수 없죠. 따라서 동물의 권리는 묵살되고 착취되기 쉽다고 할 수 있습니다. 아직 저도 비인간동물권에 대해 부족하고 무지한 부분이 많지만 뒤늦게라도 배워나갈 수 있어 다행이라고 생각합니다. 

 


채식주의에 관심이 생겼지만 당장 채식을 시작하기가 부담스럽다면 가장 쉬운 운동이 있어요. 바로 ‘육식 전시 안 하기’입니다. SNS에 고기로 된 사진을 전시하고 공유하는 행위가 고기와 음식 사이의 연결고리를 더 공고히 하고 소비를 강화시킨다고 하네요. 또는 일주일에 하루 채식하기, 우유 대신 두유나 아몬드브리즈 마시기 등 가볍고 쉽게 시작할 수 있는 채식이 정말 많으니 관심이 있다면 다양한 방식으로 도전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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맨 위의 채식주의 O/X 퀴즈에 대한 답을 한결 더 명확하게 이해할 수 있는 인터뷰였습니다. MJ님은 인터뷰 중 채수로 요리한 마라탕을 먹어보고 싶다고 답하기도 하셨습니다. 인터뷰에 드러나듯 국내 여건이 다소 열악함에도 불구하고 의지나 여건에 따라 본인만의 라이프스타일을 일궈내고 있는 모든 형태의 채식주의자들을 응원하고자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