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농촌을 나온 농부, 도시 소비자와 만나다.

 농촌을 나온 농부, 도시 소비자와 만나다.



나 20대 청년인데, 내 동년배들 다 재래시장 간다!

여러분, 혹시 ‘시장’ 자주 가시나요? 부모님과 같이 가는 걸 제외한다면 장을 보러 혼자 시장에 가는 경우는 얼마나 되시나요? 많이 않을 것이라고 생각됩니다. 특히나 요즘같이 어플리케이션 하나로 오늘 저녁에 시키면 내일 새벽 현관문 앞에 신선한 먹거리가 배송되는 시대라면 더더욱 그렇죠. 20대와 재래시장은 어딘지 어울리지 않는 조합이라는 생각이 들 수도 있어요. 하지만 그거 아시나요? SKCE 에디터의 20대 동년배 친구들은 요즘 재래시장의 맛에 푹 빠졌답니다. 그래서 소개해드리려고 해요. 아마 여러분이 상상도 못했을 ㄴ(-0-)ㄱ! 정체의 재래시장일 거예요.


마당을 나온 농부, 농부를 찾아온 젊은 소비자들이 한 달에 한 번 만나는 소중한 만남의 장. 혜화 마로니에 공원의 농부시장 마르쉐@를 소개합니다.

SK Careers Editor 전샘


 


마르쉐@는 단순한 시장이 아니에요.

마르쉐@는 ‘장터, 시장’이라는 프랑스어 마르쉐(marché)에 장소 앞에 붙는 전치사 at(@)을 더해 지은 이름이에요. 어디에서든 열릴 수 있는 시장이라는 의미죠. 2012년 10월 대학로에서 시작한 마르쉐@는 ‘돈과 물건의 교환’이 이뤄지는 시장이 아니라 ‘사람, 관계, 대화’가 있는 시장이 되기를 바라는 곳이에요. 그동안 소비자가 무심코 지나쳤던 모든 물품들이 어디서, 어떻게 만들어지는 지를 생산자와의 직접 만남을 통해 경험할 수 있는 공간이기도 하죠.


2012년 처음 시작한 마르쉐@는 두 가지 정기시장을 개최하고 있어요. 첫 번째는 매달 혜화에서 열리는, 마르쉐 시장 중 가장 오랜시간 같은 장소에서 열린 ‘농부시장’이에요. 두 번째 시장은 올해 막 시작한 ‘채소시장’입니다. 현재는 성수와 합정 역에서 매달 한 번 열리고 있어요. SKCE 에디터는 농부시장에 다녀왔습니다.

 


농부시장은 크게 농부팀, 요리팀, 수공예팀, 그 외 다양한 활통팀으로 나뉘어져 있어요. 농부시장은 전국 각지에서 농장과 텃밭을 운영하고 있는 농부들이 소중한 수확물을 판매하고 있어요. 매달 참여하는 농부팀 리스트가 게시되는데, 특이한 점을 꼽자면 ‘귀농농부’와 ‘젊은 농부’들이 많다는 점이에요. 


마르쉐@가 다른 재래시장과 다른 이유는 바로 여기에 있어요. 한 달에 한 번 열리는 재래시장. 게다가 사람에 따라선 가까운 장소도 아니에요.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재래시장과는 정확히 반대 에 있다고 해도 무리는 아니죠. 그런데 왜일까요? 매달 둘째 주 화요일마다 마로니에 공원의 점심시간은 왜 이렇게 북적일까요? 그게 바로 마르쉐@가 가진 힘입니다. 생산자와 소비자가 직접 만나 이야기를 나누고, 신뢰를 주고받을 수 있으니까요. 마르쉐를 찾은 한 소비자는 “마트에서 포장된 제품을 만나는 게 아니라, 있는 그대로를 직접 보고 느낄 수 있다”며 “알지 못했던 것에도 눈길이 가는, 새로운 것을 경험할 수 있는 좋은 기회”라고 소감을 전했습니다.

 


마르쉐에는 농부팀 이외에도 다른 팀들이 많이 출전해요. 마르쉐 당일이 되면 마로니에 곳곳에는 다회용기를 들고 다니는 소비자들이 인산인해를 이루고 있어요. 냉이 파스타, 돼지감자 장아찌, 새싹 김밥 등 마르쉐가 아니면 쉽게 접할 수 없는 다양하고 신선한 제철 음식들이 기다리고 있거든요. 아참, 환경을 생각하는 마르쉐는 일회용품을 사용하지 않습니다. 소비자는 보증금을 내고 식기와 수저를 빌릴 수 있어요. 그래서 마르쉐 한 쪽에는 설거지를 위한 장소도 있답니다.



5월 12일에 열린 마르쉐@ 농부시장의 주제는 지구였어요. 그래서 지구의 모든 사람들을 생각하는, 공정무역거래에 관한 전시도 열리고 있었어요. 바쁘게 걸어가던 소비자들도 잠시 발걸음을 멈추고 전시의 내용을 천천히 읽어보기도 했습니다. ‘돈과 물건의 교환’이 아닌, ‘사람, 관계, 대화’를 지향하는 마르쉐의 핵심 가치가 느껴지는 공간이었습니다.


젊은 소비자층 못지 않게, 젊은 농부들도 많은 마르쉐. 마르쉐 측의 도움을 받아 농부시장에 참여 중인 농부팀 한 분과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는데요. 출점자가 말해주는 마르쉐의 이야기를 함께 들어볼까요?



‘엄마아빠 손두부’는 충북 괴산에서 부모님과 따님이 함께 콩 농사를 짓고 있는 팀이에요. 부모님은 매일 아침 전통 방식 그대로 가마솥을 이용해 손두부를 만드시고, 따님은 홍보, 마케팅, 판매 등을 맡고 계신다고 합니다. 부모님께서 두부를 만드신 지는 무려 11년이 되었고, 따님이 함께 호흡을 맞춘 것도 어느덧 6년이 되었다고 해요!

 


 2018년 3월부터 출점했으니 1년이 조금 넘었습니다. 지금 살고 있는 지역에서 함께 농부시장을 운영하고 있는 분을 따라 구경갔다가, 그 분께서 추천해주셔서 농부시장에 참여하게 됐어요. 

 그동안 직접 농사지은 콩으로 어떠한 첨가물도 없이 가마솥을 이용해 두부를 만든다는 것이 항상 자랑스러워서 마르쉐 출점까지 도전했습니다. 두부 한 모가 시장에 나오기까지 어떤 과정을 거치는지는 제가 가장 잘 알고 있다고 자부할 수 있어요. 그래서 그것을 소비자에게 직접 설명하고 표현할 수 있는 마르쉐에 나왔습니다.



사실 농촌·농업에 대한 꿈과 계획이 있어서 귀농한 것은 아니었어요. 회사 생활에 지쳤었는데 푸르른 자연과 정성껏 만든 음식으로부터 위로를 얻고 그런 부분에 대해 관심을 가지다 보니 자연스럽게 귀농에 이르게 됐습니다. 농사로 얻는 곡식, 그 곡식으로 만드는 음식 그리고 그 음식을 사람들에게 소개하기 위해 옷을 입히는 일련의 과정이 재미있어 여기까지 왔습니다.

마르쉐에서는 많은 사람을 만날 수 있습니다. 물론 그 사람들 모두와 대화를 나누는 것은 아니지만 부모님과 제가 정성 들여 만든 두부에 관심을 가져주시는 분들을 짧게라도 뵐 수 있고, 때로는 단골이 되어 매 시장마다 찾아주시니 기쁜 일입니다. 마르쉐에 나가, 그런 보이지 않는 힘을 서로 나누고 오면 마음이 풍족해 지는 듯한 느낌이 들어요. 저희 두부가 그 분들의 식탁에서 건강한 한 끼의 음식이 된다는 것을 생각하면 제게 마르쉐에 출점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졌다는 것이 감사하죠.


젊은층이 즐겨찾는 도시형 농부시장 마르쉐였습니다. 어떤가요, 여러분? 한 번쯤 가보고 싶지 않으신가요? 장바구니와 다회용기를 들고 한 번 찾아가보세요. 즐거운 경험이 될 것이라고 확신합니다.


농부시장@혜화 날짜 : 매달 2번째 일요일 시간 : 오전 11시-오후4시 주소 : 서울시 종로구 대학로8길 1, 마로니에공원

채소시장@성수 날짜 : 매달 1번째 토요일 시간 : 오전 11시-오후3시 주소 : 서울시 성동구 성수이돌 14길 14, 성수연방   

채소시장@합정 날짜 : 매달 4번째 화요일 시간 : 오전 11시-오후3시 주소 : 서울시 마포구 합정동 357-7, 무대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