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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담가가 취준생에게 건네는 말

상담가가 취준생에게 건네는 말


낮아지는 자존감, 나 자신에 대한 혼란, 의미와 동기의 상실… 취준생이라면 모두가 겪고 있는 마음의 문제 아닐까. 누군가는 갈 길이 멀어서 일단 잠시 덮어두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오히려 갈 길이 멀기 때문에, 한 번쯤은 잠시 들여다보는 시간이 필요하지 않을까. 그렇다면 어떻게 마음을 들여다보고 치유할 수 있을까? 상담전문가가 취준생들에게 해주는 애정 어린 이야기에 귀를 기울여보자.   



SK Careers Editor 장재성



<취준생들을 위해 흔쾌히 인터뷰에 응해주신 한국상담대학원대학교 최해연 교수님>



Q. 취준을 하다보면 자존감이 낮아지는 경향이 있는 것 같은데, 이에 어떻게 대처하면 좋을까요?

일단 취준생이라는 포지션 자체가 심적으로 힘들 수 밖에 없어요. 과거 취업 호황인 시기조차도 그랬는데 지금처럼 취업이 어려운 상황에서는 더욱 심화될 수 밖에 없죠. 개인적으로 요즘 취준생들이 고생하는 모습을 보면서 개인적으로 안타깝다고 느껴요.  


이런 상황에서 조금 우울하거나 불안한 것은 당연해요. 전혀 잘못된 것이 아니고, 이런 감정들은 결국 ‘내가 어떤 삶을 살고 싶어하는가’를 의미하죠. 자신의 역할에 대한 기대, 책임감, 소망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고, 그것이 순조롭게 안 되니 기분이 안 좋죠. 


기분이 나쁘면 생각도 부정적으로 하게 되는데 이 또한 자연스러운 일이에요. 이를 굳이 억누를 필요는 없고, 오히려 술로 잊는다거나 하는 회피가 더 안 좋을 수 있어요.


다만 기분이 나쁠 때 떠오르는 생각들, 자신의 부정적인 생각이 곧 객관적 사실이라고 여기는 것은 조심해야 돼요. 우리는 자신의 생각을 실제처럼 받아들이곤 하는데, 생각이 곧 사실은 아니에요. 다시 말하면, 기분이 안 좋기 때문에 마치 ‘선글라스를 쓴 것처럼’ 상황을 실제보다 부정적으로 바라보게 된다는 점을 스스로 분명히 인지해야 할 필요가 있어요. 


예를 들어 취업이 계획보다 늦어진다면 기분이 나쁘겠죠. 그렇다 보면 ‘내가 취직을 못하고 있으니까 주위 사람들이 날 무시할 거야’ 하는 부정적 생각이 들 수도 있어요. 하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그렇게 해석할 수도 있는 경험이기는 하지만, 명확한 사실은 아닌 거죠. 그런데 인간은 상상을 실재처럼 여기는 경향이 있어서 이러한 추측에 잘못된 확신을 가질 때가 많아요. 추측과 사실에 분명히 선을 긋지 않으면 스스로를 갉아먹게 되고, 자존감이 떨어질 수 있으니까 주의를 기울여야 합니다.


마음을 몸에 비유한다면, 일시적인 우울은 감기 같은 거예요. 얼마든지 생길 수 있고, 잘 대처하면 금방 나을 수 있죠. 하지만 감기가 잘못하면 폐렴이 될 수 있듯이, 일시적 우울도 일시적 우울로 끝내지 않고 우울증으로 이어질 수 있어요. 자신의 생각과 감정을 돌보고 관리해야 되는 것이지요. 그래서 앞에 말한 대로 부정적 생각에 적절히 대처해줘야 합니다. 

 


Q. 취준을 하면서 스스로에 대해 혼란을 겪기도 하는데, 자기 성찰을 효과적으로 할 수 있는 상담적 방법이 있을까요?  

저는 ‘마음 챙김’을 추천해주고 싶어요. 마음 챙김의 3요소는 현재 순간, 자각, 수용이에요. 즉 현재 순간을 있는 그대로 자각하고 가능하면 수용하는 것이죠. 가령 인터뷰를 진행하는 재성 씨 머릿속에는 지금 이 순간 수많은 생각들이 일어나고 있을 거예요. 간간이 들리는 카메라 셔터, 추후 내용 정리를 어떻게 할 것인가, 혹은 잠깐 인터뷰와 관련 없는 잡생각을 할 수도 있겠죠. 이런 자신의 생각들을 가만히 관찰해보는 게 시작이예요. 


단, ‘아, 내가 지금 이런 생각을 하고 있구나’ 하는 것과 그 생각 속에서 허우적대는 것은 다르다는 점을 주의해야 돼요. 가령 ‘내가 이런 이유 때문에 지금 화가 나 있구나’ 혹은 ‘나는 지금 이런 상황에서 이 정도만큼 긴장해있구나’ 하는 걸 객관적으로 바라보는 게 마음 챙김이에요. 이렇게 자신의 상태를 잘 알아차리는 것만으로도 분노나 긴장에 매몰되는 것이 어느 정도 완화 돼요. 그리고 이렇게 기분이 아주 나쁜 시간이 지나고 나면, 자신을 다독이고 문제들을 해결할 현실적이고 건설적인 생각들이 가능해지죠.


덧붙이자면, 마음 챙김을 할 때는 나 스스로가 아닌, 가족이나 친구처럼 자신이 아끼는 타인의 생각을 관찰해본다는 마인드로 접근해보면 좋아요. 이 때 호흡에 주의를 기울이면서 진행하면 더 효과적이고, 호흡 집중은 기본적으로 집중력 향상에 도움이 많이 되기도 합니다.   

 


Q. 취준을 하다 보면 어느 순간 그 의미와 동기를 잃어서 정체되는 경우가 있는데, 이 때 도움이 될 수 있는 상담 기법 같은 게 있을까요?

취준을 하면서 의미를 찾고 동기부여를 하는 일은 굉장히 중요한데도 많은 사람들이 단순하게 다소 고정관념적으로 생각하는데 그치는 거 같아요. 보다 깊이, 구체적으로 들어가 볼 필요가 있습니다.


저는 GROW(Goal-Reality-Option-Will) 기법을 활용해보기를 추천해주고 싶어요. 목표를 설정하는 Goal 단계, 이를 달성하기 위해 현재 하고 있는 일과 하지 않는 일 등을 파악하는 Reality 단계, 앞으로 실행할 수 있는 대안을 생각해보는 Option 단계, 그리고 마지막으로 구체적인 계획과 함께 실천 의지를 다지는 Will 단계로 이루어진 접근법이죠.   


Goal 단계에서는 ‘내가 진정으로 원하는 건 무엇인가’를 파악해야 되는데, 이 때 목표는 어떤 한 순간에 국한되어 있기보다는 방향의 문제에요.  단순히 당장 취업을 하느냐 마느냐의 문제로 보기보다는, 그 너머에 뭐가 있는지를 생각해봐야 한다는 거죠. 한 예로 그게 ‘부모님께 자랑스러운 아들 되기’라고 한다면 그 ‘방향’은 취업이라는 하나의 순간에 멈추지 않고, 그 전의 대학입시에서부터 시작해서 향후 승진의 문제 등 전체를 관통하게 되죠. 그래서 이러한 방향을 정립하고 그에 맞게 삶을 조율해나가는 것이 중요합니다. 한편 그 방향과 당장 눈 앞의 일이 얼마나 연관되어 있는지를 고민해 볼 필요도 있어요. 앞의 예에 적용해본다면 ‘취직을 못하면 부모님께 자랑스러운 아들이 아닌가’, ‘취직뿐만 아니라, 취직이 마음처럼 되고 있지 않는 이 상황에서도, 부모님께 자랑스러운 아들이 될 수 있는 다른 방법은 또 뭐가 있을까’ 등을 생각해보면 좋겠죠.   


Reality 단계에서는 목표를 위해 하고 있는 일과 하지 않는 일로 나누어서 생각해봐야 돼요. 위의 예를 이어나가자면 자랑스러운 아들이 되기 위해 취준을 열심히 하고 있으나, 정작 평소에 부모님 앞에서 기운 없는 모습을 보이고 있을지도 모르죠. 이런 것들을 한 번 확인해보는 과정을 거치는 겁니다.


Option 단계에서는 전 단계의 내용을 토대로 앞으로 할 수 있는 방안을 생각해봐야 되죠. ‘부모님 앞에서 활기찬 모습을 보일 수 있게 집에 들어갈 때 힘차게 인사한다’ 등의 실천이 가능하겠네요.


Will 단계에서는 실천 계획을 세웁니다. ‘당장 오늘 저녁 집에 들어갈 때’와 같이 시기부터 시작해서 구체적으로 정하고 의지를 다지는 거죠.




 Q. 취준생들이 혼자 고민하다가 다른 사람의 도움이 필요할 때, 상담을 받기 좋은 곳을 소개해주신다면? 

저는 대학교 상담센터를 추천해요. 대학교 상담센터는 체계가 잘 구축되어 있는 편이거든요. 


그리고 꼭 상담이 아니더라도 사람을 만나라고 말해주고 싶어요. 취준생들이 괜한 수치심 때문에 숨는 경우가 많은 것 같은데 작은 웃음, 작은 스킨십, 작은 나눔을 비롯한 사람들 사이의 사소한 교감을 소홀히 하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잠깐이라도 여행을 다녀오는 것도 좋은 방법이라고 생각해요. 저는 예전에 지리산 종주를 다녀왔는데 그게 큰 힘이 되더라고요.

 


Q. 이 밖에 취준생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은?

취준한다고 삶이 멈춰있는 것이 아니다!’라는 말을 해주고 싶어요. 살면서 마음대로 되지 않는, 힘든 일을 마주했을 때 추스르고 이겨내는 법을 배워나가는 과정, 삶에서 주어지는 것들의 가치를 몸으로 느끼고 가치관을 정립해가는 시기이기도 하니까요.


그리고 취업은 하나의 시작점일 뿐이고, 만회할 기회 그리고 꿈을 펼치며 살아갈 시간들은 앞으로도 지금 생각보다 많으니까 조금은 부담을 내려놨으면 좋겠네요. 다들 힘내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