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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합, 아직도 먹기만 하니?

홍합, 아직도 먹기만 하니?

있는 음식재료로 우리에게 친숙한 홍합을 이제 식탁에서뿐만 아니라 수술실에서도 찾아 볼 수 있게 된다. 문어처럼 빨판이 있는 것도 아니고, 거미처럼 거미줄이 없어도 바위에 찰싹 달라 붙어 있는 홍합을 보고 그 원리가 궁금했던 적이 한 번쯤 있을 것. 지금부터 홍합의 비밀을 살펴보고, 그 원리에서 힌트를 얻어 고안된 홍합 단백질 접착제에 대해서도 알아보도록 하자. 

 

SK Careers Editor. 이별이


 

<바위 위에 붙어 있는 홍합, , 출처: pixabay >

 

나, 너한테 딱 붙어 있을래~
홍합이 파도와 부력을 이겨내고 바위 위에 붙어 있을 수 있는 이유는 홍합이 접착단백질(Adhesive Protein)을 자체적으로 생산해내기 때문이다. 바다 환경에 근거할 때, 홍합의 접착단백질은 현존하는 접착제에 비해 상대적으로 물리적 충격(파도), 수분, 염분 등에서도 강한 접착력을 지닌다고 판단할 수 있다.

 

 


<홍합 접착 단백질의 단백질 구조, 족사(Thread)와 플라크(Plaque), 출처: (학술저널)해양홍합 유래 바이오-접착소재 개발 동향, 차형준, 황동수, 임성혜, 접착 및 계면(Adhesion and interface), Vol.9 No.4 [2008], 한국접착및계면학회>


홍합 접착 단백질은 족사(Thread)와 족사 끝에 위치한 플라크(Plaque)로 구성되어 있다. 현재까지 홍합 접착 단백질에서는 3가지 콜라겐 단백질과 6가지 fp(족사 단백질, Foot protein)이 발견되었다. 플라크와 접착 대상물의 접점에 다량으로 포함된 fp-3, fp-5 단백질은 가장 많은 Dopa(친수성 아미노산으로, 이것의 함유량과 접착력은 비례함)를 가지고 있어 접착력이 가장 우수한 단백질이다. 그러나 홍합 단백질 접착제의 가장 주된 연구대상은 최초로 발견된 족사 단백질인 fp-1으로, 습한 환경에서의 홍합 접착에 주요 역할을 한다.

하지만 자연상태에서의 홍합 접착 단백질은 단순히 점성을 가진 액체에 불과하기 때문에 의료용 봉합제로 사용하기 위해서는 단백질의 분자구조를 변형할 필요가 있다. 이때 곤충 관절의 유연성을 담당하는 단백질인 다이타이록신(Dityrosine)이 이를 해결할 힌트가 되었다.

 


<잠자리 등 곤충 관절의 단백질인 다이타이록신, 출처: pixabay>

 

추출된 홍합 접착 단백질(Cell-Tak, MAP 등의 fp-1 추출 혼합물)에 의료용 청색광을 비추면 다이타이론신과 유사한 형태로 분자 구조가 변형되어 점성이 강한 의료용 생체 접착제로 이용 가능한 형태가 된다. 이로써 생산된 홍합 단백질 접착제는 다음의 두 가지의 특성을 갖는다.
 
홍합이 선박, 동물의 표면, 유리 등 다양한 물체 표면에 부착될 수 있다는 점과 화학 접착 물질이 접착력을 유지하기 어려운 해양 환경에서도 접착제로서의 내구성이 강하다는 점은 홍합 단백질 접착제의 우수한 접착력을 확인할 수 있는 근거가 된다. 또한 청색 빛의 가시광선을 추출된 홍합 접착 단백질에 쏘아 기존의 접착 소재의 3배에 달하는 접착력을 확보했다.


홍합 단백질 접착제는 자연물에서 추출한 단백질을 기반으로 하기 때문에 인체 외부 봉합뿐 아니라 내부에 사용하더라도 안전성이 높은 생체 접착제이다. 따라서 기존 수술용 실이나 화학 접착제 등과는 달리 연약한 피부조직에의 수술 후 흉터와 염증을 최소화할 수 있다는 특징을 갖는다.

 

지금까지 홍합 단백질 접착제에 대해 알아보았다. 이처럼 바이오(Bioindustry)는 생물의 특정 기능과 성분을 개량해 이들을 대량생산하거나 유용한 물질로 전환하는 산업을 의미한다. 이에 대해 조금 더 알아보기 위해 카이스트 바이오메디컬 약물체 전달 연구실(Biomedical Micro-Nano Delivery Laboratory) 박사과정으로 소속된 노일구(29) 씨를 만나 홍합 단백질 접착제가 가져올 앞으로의 바이오 산업에 대해서도 들어 봤다.

 

Q1. 연구결과나 언론 기사에 근거할 때, 홍합 단백질 접착제가 의료 분야에서 큰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는데, 해당 분야에서 공부하시는 박사님께서도 이에 동의하시나요?
동의합니다. 지금까지의 연구들은 대량 생산이 가능한 화합물을 개발하는 것이 주를 이루었습니다. 화합물은 생체 친화성이 많이 떨어진다는 단점이 있으나 홍합 단백질 접착제과 같은 생체 추출물의 경우 생체 친화성뿐만 아니라 환경에도 무해하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하지만 생체 추출물은 생산성이 떨어진다는 문제를 갖고 있는데, 홍합 단백질 접착제는 대량 생산을 가능케 하기 위한 연구도 함께 진행되어 그 성과가 더욱 기대되는 케이스라고 볼 수 있습니다.

 

Q2. 향후 바이오 분야가 어떤 방향으로 성장할 것이라 예상하시나요? 예를 들어, 의료기술이나 대체식품 등 두각을 드러낼 수 있을 것이라 기대되는 분야나 향후 바이오 산업의 방향성에 대해 말씀해 주세요.
바이오에서는 이전부터 연구되어왔던 항암제 등의 치료목적 연구도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지만 그 중에서도 ‘바이오의 생활화’에 최근 초점이 맞춰지고 있는 것 같다. 혈당계나 임신진단키트 등에서 더 나아가 최근 스마트폰이나 스마트워치 등에도 바이오 관련 기술을 적용함으로써 우리생활과 바이오가 더 가까워지는 방향으로 발전되고 있다.
또한 의료기술의 경우에는 수술할 때 절개부위를 최소화하는 ‘맞춤형 진단’ 기술이 강조되고 있으며, 신약개발 분야에서는 원하는 부위에만 약물 작용을 유도하여 부작용을 최소화 할 수 있는 ‘prodrug’라는 이름의 약물 연구가 최근 바이오 산업의 동향이다.

 

Q3. 홍합 단백질 접착제는 25년 전부터 연구되었던 분야입니다. 실제로 박사님께서도 오랫동안 이 분야에 몸을 담고 계시는데, 이와 같이 한 가지 학문분야만을 오랫동안 공부하다 보면 연구의 어려움이 발생하거나 포기하고 싶은 순간이 있을 것으로 생각되는데요. 이때 어떤 의지와 다짐이 필요한지 궁금합니다.


저 또한 여러 어려움들을 겪었습니다. 당연하게 생각하는 ‘A는 B이다’의 과정을 30번 넘게 반복한 경험도 있었고, 실험 결과, 최초에 수립했던 가설이 무너져서 실험을 처음부터 다시 설계해야 하는 일들도 있었죠. 그럼에도 새로운 물질을 만드는 것이 현실이 될 때의 즐거움과 본인이 연구하는 분야에서 ‘내가 최고다’하는 느낌이 이때의 어려움을 이겨내고 계속해서 연구할 수 있게 하는 동기라고 생각해요.

 

 

홍합 단백질 접착제는 연 140억 달러 규모의 의료 봉합 시장에서 각광받을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그간 큰 수술에는 그에 따르는 흉터 때문에 큰 고민을 가진 경우가 마데, 많은 환자들의 이런 고민을 덜어줄 수 있어 참 고마운 기술이라고 생각된다. 이처럼 자연물에서 힌트를 얻어 인간에게 보다 안전하고 유용한 물질을 생산해내는 바이오 산업은 그것의 금전적인 가치도 무시할 수 없을 수 없지만 우리 삶의 질을 개선한다는 점에서 매우 중요한 분야라고 판단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