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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관세대] 당신은 달관하셨습니까?

당신은 달관하셨습니까?

88만 원 세대, 삼포세대, 그런데 이제 사회는 청년들에게 ‘달관세대’라는 또 하나의 꼬리표를 달아준다. 달관했다고 생각하진 않았지만 나도 모르게 달관해가고 있었던 것은 아니었을까? 혹시 당신은 지금 달관했는가?

Careers Editor 김지민


달관이 뭐길래 

 


어느 날, 달관세대라는 신조어가 등장했다. 학창시절 시의 주제를 읊으며 중얼거렸던 달관이라는 단어를 꼬리표로 단 세대라니 자칫 대단해 보이기까지 한다. 달관(達觀)세대는 일본의 사토리세대를 그대로 따온 말로 지칭되기도 한다. 사토리세대는 현실에 불만을 품거나 지향점이 없는 이들을 가리킨다. 이들은 적게 벌지만 이에 맞게 씀씀이와 기대치를 낮춤으로써 현실에 나름대로 만족하며 살아간다. 여러 가지를 포기했으나 이것은 언제까지나 나의 행복한 삶을 위한 인내일 뿐이다. 사회에 대한 원망 또한 없으며, 일상의 소소한 행복을 찾는 것에 주력한다.



달관 테스트 – 당신은 달관하셨습니까?
수입 100만원 중 25만원은 월세로, 20만원은 저축을 하고 나머지 55만 원으로 사는 한 달이 그렇게 부족한 것 같지는 않다. 노트북으로 컴퓨터 게임을 하거나 도서관에서 책을 빌려 읽는 등 돈을 안 들이고도 할 수 있는 소소한 취미를 찾았다. 현실에 대한 불만을 없애니 행복이 찾아왔다. 어느 한 기사에서 이들을 ‘달관세대’라 명명했다. 그 기사에는 수백 개의 비난 댓글이 이어졌다. 그리고 자신은 달관세대가 아님을 증명하기 위해 열변을 토했다. 그렇지만 사실 우리는 이미 많은 것에 달관했는지도 모른다. 나만해도 달관한 것이 여럿 된다. 일단 비싼 인터넷 강의를 듣는 것을 달관했다. 한 달에 20만 원 남짓한 인터넷 강의 대신 시간을 할애하여 카페에 가입하거나 인터넷에 돌아다니는 자료들을 찾아 다운받아 공부를 한다. 인터넷 강의를 들으면서 체계적으로 공부하고 싶었지만 프린트한 종이들을 보며 공부하는 것도 좋은 방법 중 하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가만히 생각해 보자. 아마 당신도 무엇인가에 달관했을 것이다. 아직 잘 모르겠다면 여기 준비된 달관 테스트에 응해보자.

 

 


Talk with 달관자: 달관자가 사는 법
최근 한 커뮤니티에서는 ‘당신이 포기한 것은 무엇입니까?’라는 주제의 설문이 진행되었다. 20~30대가 포기한 것은 꿈, 출산, 주택, 결혼, 인간관계 등 다양했다. 수입이 적어서 또는 취업이 되지 않아서, 시간적으로 여유가 없다는 등의 이유에서다. 한 달관자의 경우 지난해만 해도 주위에서 결혼하는 사람들이 종종 생겨 부럽다는 생각이 들었으나 취업준비생이 되는 입장에서 결혼은 먼 얘기일 뿐이다. 종종 친구들과 어울려 술을 마시곤 했지만 이제는 각자의 취업준비로 바빠져 자연스럽게 인간관계에 소홀해졌다. 내 앞가림도 바쁜데, 남을 배려해주고 신경 써 주는 것 자체가 사치 같다는 생각이 든다는 것이다.


또 다른 달관자의 경우 20대 초반에는 무조건 브랜드 옷이 아니면 입지 않았다고 한다. 빈X셔츠, 게X 청바지를 즐겨 입던 그는 어느 순간 브랜드에 달관하게 되었다. 그는 다른 사람이 입은 셔츠를 보고 ‘얼마쯤 하겠다’, ‘나도 사고 싶다’던 생각에서 벗어나 오히려 더 여유로워진 것은 물론 자신의 옷을 보던 것 같던 다른 이들의 시선이 이제 전혀 신경 쓰이지 않는다. 그는 이제 옷을 사지 않아 남는 돈으로는 최근, 테니스 레슨을 받으며 새로운 취미도 찾게 되었다.



달관세상, 그러나 당신이 이루고자 하는 것에는 달관하지 마라
그야말로 달관세상이다. 매일 먹는 프랜차이즈 커피 값에 부담을 느껴 차 티백을 갖고 다니며 생활하는 누군가는 프랜차이즈 커피에 달관했을 것이다. 어느 누군가는 오늘 하루도 지하철에 몸을 맡기며 자동차에 달관했을 것이고, 또 어느 누군가는 도무지 시간이 나지 않는 바쁜 현실에서 나중을 기약하며 해외여행에 달관하였을 것이다. 높은 곳을 바라보며 부러워하면 자연스럽게 현재 생활에 불만이 생겨난다. 이런 세상에서 오늘 하루를 불만 속에서 살지 않기 위해 사람들은 부단히 노력한다. 일각에서는 취업을 포기한 채 아르바이트를 통해 받는 적은 임금으로 생활하며 돈이 들지 않는 취미를 하는 청춘들에게 ‘너가 바로 달관세대’라며 단정지었다.


하지만 나는 그들이 삶 속의 소소한 것에 달관했을지언정 결코 이루고자 하는 목표에 달관한 것은 아니라고 말하고 싶다. ‘포기했다’와 ‘달관했다’ 두 단어가 같은 말인가? 이 둘은 엄연히 다른 말이다. 무엇인가를 놓았을 때 후회를 느끼는 포기와는 다르게 달관은 달관함으로써 타인과 비교해도 마음이 불안하지 않으며 다른 곳에서 또 다른 행복을 찾아 만족할 때야 비로소 성립된다.
만약 당신이 포기하고 싶거나 놓고 싶은데 쉽사리 되지 않는다면 그건 달관하지 않았다는 증거다. 수많은 어려움에 닥쳐 소소한 것들에 눈을 낮추게 되더라도, 당신이 이루고자 하는 ‘꿈’은 절대 달관하지 않길 바란다. 

 

 

지민’s Tip
비록 오늘의 맛있는 저녁에, 최신 휴대전화를 사는 것에 당신이 달관했을지언정 진정 당신이 이루고자 하는 목표에는 달관하지 않길 바란다. 달관이라는 그럴듯한 단어로 포장되어 현재를 받아들이기엔 당신이 보여주지 못한 것들이 너무나도 많지 않은가? 당신의 삶의 목표를 달관할 필요는 없다. 이 달관이 넘치는 세상 속에서 소소하게 달관을 누리는 것이면 충분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