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하고 싶은 일을 시작할 용기, 셜록 컴퍼니의 20대 대표를 만나다

‘마음만 먹으면 안 되는 건 없어',

열정에 불을 지필 수상한 그녀들이 떴다!

“아! 하기 싫다. “ 누가 대학생일 때가 행복하다 했던가. 끊임 없이 밀려오는 과제와 시험, 그리고 점점 다가오는 취준까지. 마음먹는 대로 무엇 하나 할 수 없을 것 같은 이 시기를 말이다. 과연 우리는 하고 싶은 일을 하며 살 수 있는 걸까.  재미있게 일하며 돈을 벌 수 있을까.

 


그러던 어느 날, SNS에 ‘우리가 작은 광고 회사를 차린 이유’라는 특이한 제목의 칼럼이 일파만파 퍼졌다. 칼럼의 필자들은 그토록 바라던 ‘취업’을 했는데도, 회사를 박차고 나왔다. 그리곤 자신들이 하고 싶은 일을 하며 무일푼에서 1억을 벌었다고 했다. 그것도 20대의 젊은 나이에 말이다.

 

‘어떻게’ 라는 물음과 ‘왜’라는 물음이 동시에 떠오를 무렵, 무작정 그녀들의 아지트인 ‘카페 셜록’으로 향했다. ‘하고 싶은 일을 하며 먹고 살 수 있는 삶이란 어떻게 사는 걸까’에 대한 궁금증을 해소할 수 있을까 해서 말이다.


SK Careers Editor 정소영

 

잘 다니던 홍보 대행사를 과감히 나와, 직접 회사를 차리고, 사업을 시작한 지 1년도 채 안 되는 시간에 1억 원이라는 놀라운 실적을 낼 정도면 얼마나 독하게 살아야 했을까. 두 대표를 찾아가는 발걸음이 긴장으로 가득했다. 우려와 달리, 그들은 마치 ‘친언니’처럼 시원하고 다정하게 에디터를 맞아주었다. 
 


<좌 : 배은지 대표, 우 : 최낙연 대표>

 

“하고 싶은 것 하려고 나왔어요.”
그녀들의 눈빛엔 확신이 담겨있었다. 비록 한꺼번에 들이닥친 일들로 며칠째 거의 밤을 새다시피 했기에 눈가에 짙은 다크서클이 보였지만 말이다.
 
< 카페 셜록의 외부/내부 사진들>


그녀들과 나눈 짧지 않은 대화는 그야말로 삶의 ‘희로애락’을 느끼게 해주었다. 그녀들의 평범하지 않은 이야기를 자세히 들여다보자.  
 

 

‘셜록 컴퍼니’라는 이름은 탐정 셜록처럼  '세상의 모든 문제를 파헤치겠다'라는 뜻을 가진다. 사실은 영국 드라마 ‘셜록’을 좋아해서 정했다. 세상의 많은 문제를 해결하는 종합 홍보 대행사가 되리라는 말에서 두 대표의 의지가 엿보인다.

 

“회사를 나온 후에도 여전히 바빠요. 하지만 삶의 주체가 ‘나’가 된 점이 큰 차이죠. 돈 대신 자율성을 택했다고 보면 되겠네요.”

 

그녀들은 광고대행사에서 일했다. 세 개의 프로젝트를 동시에 맡아 바쁘게 일하던 시절이었다. 하지만 현재는 여섯 곳의 클라이언트를 두고 있다고. "일을 하기 싫어서 나왔는데 일을 더 많이 하고 있다"는 말을 하며 웃음을 터트리는 그녀들의 말엔 행복한 비명이라는 수식어가 적절한 듯했다.


“돈 때문에 일을 하는 건 아니죠. 물론 돈은 중요하지만, 저희는 살고 싶은 대로 살기 위해 창업을 했어요. 덕분에 평범한 회사원이었다면 이룰 수 없었을, 20대 때에 이루고 싶은 버킷리스트를 다 이루었죠. 비록 소소한 목표들이지만 뿌듯해요(웃음). “
 


“일반 직장인이었다면 이루기 힘든 것들이었겠죠? 삶의 주체가 내가 아니니까요. 일을 하는 것은 똑같이 힘들어요. 하지만 이 일이 ‘내 것’이라는 생각을 하면서 일한다는 점에서, 마음가짐이 변했다고 할 수 있죠. 퇴사하기 전보다 지금이 더 자유롭고, 제가 주체가 되어서 일을 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어요.”


두 대표는 창업을 통해 회사를 키워나가는 기간을 ‘3년’을 약속했다고 한다. ‘3년 해 보고 안 되면 미련 없이 접자’는 마음으로 과감히 도전한 지금은 2년 차에 접어들었다. 작년에는 ‘살아남자’가 목표였는데 올해는 ‘살아있자’가 목표라고 한다. ‘영원히 행복하기 위해 창업했어요’ 보다는 ‘살아보고 싶은 대로 살고 싶어서 창업했어요’라고 할 수 있겠다.

“나중에 아무것도 하지 않기 위해 지금 열심히 사는 거죠. 아무것도 안 할지는 모르겠지만요(웃음).”

 

 
카페 한 켠에 셜록 컴퍼니의 인터뷰 기사가 걸려있었다. 에디터가 호기심 어린 눈빛으로 보고 있으니 배은지 대표가 기사에 대한 일화를 털어놓기 시작했다. 
 


“이걸 놓고 안 놓고의 차이가 꽤 커요. 자랑 용은 아니고요.”


사무실 근처에 맛있는 커피 집이 없어서 직접 카페를 차린 것이지만, ‘커피가 왜 이렇게 비싸냐’고 딴지를 거는 사람부터 어리다고 반말하는 사람까지 다양한 일들이 있었다고 한다. 배은지 대표의 어머니의 아이디어로 기사를 뽑아서 카페에 걸어 놓으니, 그 후엔 ‘사장님이세요?’라고 물어보는 사람들이 생겼다고 한다.

 

 


“여기 걸어 놓은 기사의 의미는 ‘대접 받겠다’가 아니라 ‘존중해 달라’는 뜻이에요. 신문에 났다고 하니까 동네 어르신들도 젊은 사람들이 열심히 산다고 칭찬해 주시더라고요. 친구들은 자랑하려고 뽑아 놓았냐고 뭐라고 할 때도 있지만요(웃음). 하지만 이게 있고 없고의 차이가 커요.

 

그리고 저희가 카페에서 작업하느라 컴퓨터를 하고 있으면 못마땅스러워 하시는 분들도 있어요. 카페 사장이라고 생각하시니, 자꾸 뭔가 심부름을 시키시더라고요. 그럴 때마다 저희가 광고 회사를 하는데, 지금 근무 중이에요, 라는 식으로 말씀을 드리면 이해해주세요. 원래는 카페 한 켠에 ‘광고회사입니다’라는 걸 걸어 놓으려고 했는데 이 동네에서 광고란 간판, 현수막이니까요. 그런 일들로 연락 오는 건 원하지 않아서 뺐어요.”


젊은 여자 둘이서 걸어온 창업의 길은 혹독하기만 했다. 기업들과 컨택하는 과정에서 아이디어가 아니라, 그들이 단지 어리고, 여자라는 이유로 정당한 평가를 받지 못하기도 했다. 지금도 여전히 “어린 여자애들을 어떻게 믿고 맡길 수 있나?”라는 편견들이 있는 것을 느낀다고 한다.

 


“여자라는 이유로 위축되지 않으려고 해요. 이제는 신경 쓰지 않고, 저희를 믿어주시는 분들을 위해 열심히 일하려고 하죠. 여성으로서 사업하기 쉽지 않은 환경인 건 사실이에요. 그렇지만 도전하고 싶다면 젊을 때에 꼭 도전해보라고 말하고 싶네요.”

 


“힘들죠. 일 덜하려고 나왔는데, 지금은 적은 인원으로 더 많은 클라이언트를 맡고 있는걸요.”
우여곡절 끝에 나온 회사, 하지만 창업 후의 생활도 녹록하지 않았다. 하고 싶은 일을 하기 위해, 힘들어도 많은 일들을 감당해야 하는 요즘, 가끔 지칠 때도 있다.


“저(배은지)랑 낙연이는 지난 달 월급을 못 받았어요. 카페를 차리느라 돈을 많이 썼거든요. 돈을 썼으니 또 다시 벌어야죠. 5월엔 휴가도 가고 싶으니까요.(웃음)”

 

 

일이 많아서 힘든 이런 때도 있지만, 일을 맡기 까지 우여곡절을 수 없이 겪기도 한다. 앞에서 언급했듯이, 실력보다는 20대의 젊은 여자 CEO라는 이유로 무시를 당하고, 억울한 일을 당하기 십상이었다. 

 

“그래서 창업 만을 위한 목표는 말리고 싶어요.“ 창업하기 전에 실무를 뛰어봐야 시행착오가 훨씬 적다는 말이다. 시작부터 기업 평가지수에서 0점을 받은 탓에 은행에서 대출을 받지 못했던 셜록 컴퍼니지만, 두 대표의 톡톡 튀는 아이디어와 홍보대행사에서 쌓은 내공으로 6개월 만에 매출 1억을 달성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기획을 잘하기 위해서 기획 책, 카피라이팅 책 이런 것만 보는 건 반대해요. 회사를 들어가서 실무를 뛰어보는 게 훨씬 나을 것 같다고 생각해요. 영어를 잘하기 위해서 노력하는 것과 비슷한 원리예요. 영어를 잘하려면 단어를 엄청 많이 외워야 하잖아요. 단어를 엄청 많이 외우고 나서 문법을 배워야 문장을 만들 수 있죠. 기획이란 것도 그 틀 안에 엄청난 많은 것들이 있는데, 그것을 어떻게 표현할 수 있는지에 대한 문법을 회사에서 배우면, 문장인 기획을 완성할 수 있는 것 같아요. 그래서 저는 홍보대행사에서 평생 먹고 살 수 있는 스킬을 배웠다고 얘기 하곤 해요. 거기서 말하는 방식을 배웠거든요. 그 사람이 원하는 걸 이렇게 해서 전달하면 설득력이 있겠다 이런 것들이요. “

 

 

 

 

이런 외부적인 상황 가운데서도 꿋꿋이 버티고 일을 해 나가는 두 대표에게, 일을 하는데 있어서의 마음가짐을 물어보았다.


“’돈이 없어도 노(NO)잼은 하지 말자’예요. 기왕 할 거 재미있게 하자 이런 것이죠. 직원들한테도 이게 맞는지는 모르겠지만, 저희는 직원이 맡은 일을 재미없어 하면 그 일은 안 시켜요. 재미 없게 꾸역꾸역 시키면 효율성이 떨어진다는 것을 회사에서 배웠기 때문이죠. 
 

 

 
“이번에 식약처(식품의약품안전처)와 연계해서 ‘주류 안전 캠페인’을 하게 되었어요. 그래서 ‘미깡 작가’와 웹툰을 만들자 이런 식으로 기획을 했죠. 그분의 웹툰을 교육자료로 리플렛(leaflet)을 만들자고요. 그럼 재미있잖아요. 아무리 생각해도 재미가 없으면 하지 말자를 모토로 일해오고 있고, 앞으로도 그럴 거예요.”


그동안 ‘재미’를 추구하며 진행해 온 프로젝트들은 셜록 컴퍼니의 톡톡 튀는 포트폴리오로 차근차근 쌓이고 있다.  배은지 대표는 그 중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프로젝트와, 아쉬웠던 프로젝트 모두 ‘콘텐츠분쟁조정위원회’과 함께했던 프로젝트라고 한다.


“첫 클라이언트였거든요. 그래서 더 톡톡 튀는 아이디어를 많이 활용했던 것 같아요. 파고다 광고물의 김기훈 작가나 가수 육지담 씨와 함께 CM쏭도 만들었고요. 특히 저희가 실적이나 성과가 아무것도 없던 창업 초기 때 믿고 맡겨 주셔서 더 열심히 잘 하려고 노력했죠. 


 
<출처: 콘텐츠분쟁조정위원회 홈페이지>


“마찬가지로 가장 아쉬웠던 것도 이 프로젝트예요. 처음이었으니 그만큼 미숙했던 거죠. 더 재미있는 요소를 추가할 수 있었는데 하는 아쉬움이 들어요. 만약 올해 또 하게 되면 더 잘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처음이라서 상을 신청할 수 있는 것도 몰랐는데, 올해는 클라이언트를 위해서 상을 받아야겠다고 생각해요.”

자신들을 위해서가 아니라 ‘클라이언트를 위해서’ 상을 타겠다는 대표들의 말에는 힘이 실렸다. “광고 같은 것도 사실 우리가 클라이언트한테 갑-을 관계라는 이야기를 많이 하잖아요. 이런 것이 당연한 것처럼 생활을 했었는데, 창업을 하니까 다들 우리가 ‘필요'해서 요청을 한다는 생각이 들어요. 그래서 요즘은 저희의 재능으로 남을 도와준다고 생각하고 있어요. 실제로 그렇게 느끼는 클라이언트과 일하려고 하고요. 그렇게 저희의 도움이 필요한 곳에서 큰 도움이 될 수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합니다.”
 

 


대화를 마무리하며, 두 대표에게 가장 가까운 목표를 물었다. 그러자 단번에 ‘휴가’라는 대답이 돌아왔다.
“5월에는 꼭 휴가를 가고 싶어요. 지금 하는 일들이 너무 바빠서 한동안 못 쉬었거든요. 쉬다 보면 또 다시 일해야 하고, 다시 쉬려고 또 열심히 일 해야죠.”

 

 

[에필로그 : 홍대에서 만난 ‘셜록컴퍼니’]
인터뷰를 마치고 며칠 후, 에디터는 셜록 컴퍼니가 주최하는 <응가대전>이라는 문화예술 전시에서 다시 한 번 두 대표를 만났다. 홍대 서교예술실험센터에서 4월 29일부터 30일까지 진행된 <응가대전>은  장 질환을 주제로 하고 있었다. 그리고 과자전(展) 디렉터 박지성, 타투이스트 NEON, 캘리그라피 작가 홍초C 등 다양한 분야의 아티스트들의 작품이 전시되어 있었다. 전시를 직접 찾아가 둘러보면서, 더럽고 불쾌하게 느껴질 수 있는 ‘응가’라는 주제를 밝고 유쾌하게 전달하기 위해 고민한 두 대표의 흔적을 엿볼 수 있었다. 
 


<전시 ‘응가대전’에서 만난 설록컴퍼니 대표들>


궁극적으로는 ‘변’이 아니라 현대인의 스트레스를 다루고자 했다는 이번 전시엔 ‘재미있는 일을 하면서 살자’는 셜록 컴퍼니의 모토가 고스란히 담겨있다. 그들의 유쾌한 에너지가 앞으로도 수많은 사람에게 좋은 영향력을 끼칠 수 있으리라.

 

짧지 않은 인터뷰와, 그들의 생생한 근무 현장을 통해 체감한 셜록컴퍼니의 유쾌함, 재미 모두 에디터에게 잊지 못할 열정의 원동력이 되어주었다. 훗날 사회에 나가 일을 하다 보면 두 대표와의 만남과 나누었던 이야기들이 참 많이 떠오를 것 같다. 이따금씩 열정이 식을 때, 카페 셜록으로 와서 노트북 앞에서 씨름하고 있는 대표들의 어깨를 두들기며 이렇게 말해야겠다. “대표님, 저 왔어요!”